냉동실에 넣으면 오히려 맛·영양 망치는 음식 많아
튀김·달걀·유제품·채소, 해동 후 식감과 안전성 문제
권장 보관 기간 지키고 식품별 특성 이해 필요
무조건 냉동 보관? 되레 독 된다

냉동실은 현대 가정에서 ‘만능 보관 창고’로 여겨진다. 남은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상할 걱정을 줄여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식품이 냉동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냉동 과정에서 맛과 영양이 망가지거나, 해동 후 안전성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 소비자 전문 매체 ‘Which?’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동 보관을 피해야 할 식품과 권장 보관 기간을 제시한다. 이를 살펴보면, 흔히 냉동실에 넣어두는 음식 중 상당수가 잘못된 방식으로 보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냉동=안전’이라는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튀김과 달걀, 해동 후 맛이 크게 저하

치킨, 돈가스 같은 기름진 튀김류는 냉동 보관에 적합하지 않다. 얼렸다가 해동하면 기름과 수분이 분리돼 바삭한 식감이 사라지고 눅눅해진다. 가공 공정을 거친 냉동 감자튀김은 예외지만, 가정에서 만든 튀김은 거의 원래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냉동실에 넣었다가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달걀 역시 주의 대상이다. 껍질째 냉동하면 내부 수분이 얼어 팽창하며 균열이 생긴다. 이 틈으로 세균이 침투해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삶은 달걀은 해동 후 흰자가 고무처럼 질겨지고, 노른자는 퍽퍽해져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 일부는 소금이나 설탕을 섞어 노른자만 냉동하기도 하지만, 그대로는 보관이 권장되지 않는다.
유제품과 치즈, 맛과 신선함 모두 저하

우유, 요거트, 생크림 같은 유제품은 냉동 과정에서 지방과 수분이 분리된다. 해동하면 덩어리진 지방과 묽은 액체로 갈라져 원래의 크리미한 질감이 사라진다. 음료로 마시기는 어렵고, 일부는 요리에 활용할 수 있지만 신선한 상태와는 전혀 다르다. 특히 상온에서 해동할 경우 리스테리아균 같은 세균 증식 위험이 크다.
치즈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체다, 파르메산처럼 단단한 치즈는 최대 2개월 정도 냉동해도 품질 변화가 적다. 그러나 브리, 페타, 크림치즈처럼 부드러운 치즈는 수분이 빠져 맛과 질감이 크게 손상된다. 파스타 소스처럼 조리된 상태라면 냉동할 수 있지만, 원형 그대로는 적합하지 않다.
수분 많은 채소와 뿌리채소, 조직 파괴 문제

오이, 상추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는 냉동 후 해동하면 물러지고 아삭함이 사라진다. 색이 갈변되며 비타민 C 등 항산화 성분도 줄어들어 샐러드나 쌈용으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결국 식감이 중요하지 않은 수프나 스무디에 넣는 정도가 한계다.
감자 역시 냉동에 취약하다. 저온에서 전분 구조가 깨지면서 해동 후 질감이 무르고 퍼진다. 맛이 비정상적으로 달아지거나 모래 같은 식감이 생기기도 한다. 비타민 C 손실도 커 영양 가치가 떨어진다. 고구마도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익혀서 냉동하더라도 장기간 보관 시 신선한 맛은 유지되지 않는다.
냉동도 만능은 아냐, 기간 지켜야 안전

냉동 상태에서도 세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스테리아, 슈도모나스, 여시니아 같은 식중독균은 저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노로바이러스 역시 살아남는다. 냉동실 문을 여닫을 때 손이나 공기로 내부가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멀쩡해 보여도 권장 보관 기간이 지난 음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식품 당국은 냉동 보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다. 익히지 않은 고기는 최대 1년, 익힌 고기는 3개월, 익히지 않은 생선·해산물은 3개월, 익힌 생선은 1개월, 햄·베이컨·소시지·핫도그 같은 가공식품은 2개월이 한계다. 제품 라벨에 표시된 지침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냉동은 신선도를 지키는 방법이지, 무조건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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