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서 유해 성분 방출
어린아이나 폐 질환 환자에게 치명적
환경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
주방 속 ‘숨은 매연’

요리를 할 때 풍기는 냄새와 김은 집 안의 따뜻한 풍경처럼 여겨지지만, 그 속에 숨겨진 실체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연기는 단순한 조리 부산물이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 수준의 유해 물질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이마시는 주방의 공기가 사실상 도로 위 매연과 다르지 않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가스레인지에서 천연가스가 타면서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각종 유해 성분이 방출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불을 끈 상태에서도 일부 가스가 누출돼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는 가정 내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숨은 매연’이자, 생활 속 건강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호흡기 건강에 직격탄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호흡기에서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스레인지 사용 가정의 아동이 천식 발병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평균 13% 높다고 분석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수치가 40%를 넘기도 했다. 민감한 어린이뿐 아니라 천식·폐질환을 가진 성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다.
벤젠 같은 발암물질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 흡연자의 간접흡연에서도 검출되는 벤젠이 주방 공기 속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정상 작동 중에도 일산화탄소가 증가해 두통, 피로, 심혈관 질환 악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가스레인지는 집 안의 편리한 조리 기구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위협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 입자

최근 연구에서는 가스레인지에서 방출되는 입자의 크기와 양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능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퍼듀대 연구진은 연료 1kg을 태울 때 최대 10조 개의 나노클러스터 입자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이 미세 입자는 크기가 작아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손상을 일으킨다.
더 문제는 조리가 끝난 후에도 위험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물을 끓이거나 샌드위치를 굽는 과정에서도 수십억 개의 입자가 공기 중에 남아, 최소 20분 이상 머무른다. 특히 어린이는 폐 용량이 작고 호흡량이 많아 성인보다 더 많은 양을 흡입하게 된다. 이는 일상적인 요리가 장기적인 건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에 남기는 그림자

건강 문제를 넘어 환경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스레인지는 꺼져 있어도 메탄을 방출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작은 누출이라도 기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전기레인지보다 가스레인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에콰도르에서 진행된 인덕션 교체 프로그램은 호흡기 질환 입원율 감소와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다. 가정의 조리 방식 하나가 건강은 물론 지구 환경에도 직결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위험 줄이는 실질적 방법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스레인지를 전기 레인지나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초기 비용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건강과 환경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각국에서 인덕션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교체가 당장 어렵다면 환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이다. 요리할 때는 반드시 환풍기를 켜고 창문을 열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외부로 직접 배출되는 환기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자연 환기만으로도 실내 오염물질 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함께 사용하면 추가적인 도움이 된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주방 속 배기가스’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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