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인당 연간 350잔 이상 마시는 커피
냄새 제거·가구 관리·피부 케어까지 ‘버릴 게 없는 자원’
무궁무진한 일상 속 재활용 방법
커피 찌꺼기, 버려지는 자원이 아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손꼽게 커피를 많이 마신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350잔 이상을 소비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약 15g의 원두가 쓰이는데, 추출 후 99% 이상이 커피 찌꺼기로 남는다. 단순히 계산해도 연간 수십만 톤의 커피박이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부산물을 소각할 때 1톤당 338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버려진 커피 찌꺼기가 환경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활용법만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로 커피 찌꺼기를 탈취제, 영양제, 세정제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정에서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숨은 자원’인 셈이다.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에서도 찌꺼기를 무료로 가져가도록 내놓을 정도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집 안 냄새 잡는 천연 탈취제

커피 찌꺼기의 가장 널리 알려진 용도는 탈취다. 원두 특유의 흡착력이 음식 냄새와 곰팡이 냄새를 빨아들인다. 냉장고 속에 작은 그릇에 담아 넣어두면 김치·반찬 냄새가 금세 줄어든다. 전자레인지에 찌꺼기를 넣고 2분간 돌리면 기기 안에 밴 냄새도 제거된다. 이 방법은 동시에 찌꺼기를 빠르게 건조하는 효과도 있어서 일석이조다.
습기 제거에도 강하다. 말린 찌꺼기를 신발장에 두면 퀴퀴한 냄새와 습기를 잡아주고, 옷장에 넣으면 제습제와 방향제 역할을 동시에 한다. 단,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닐봉지에 담기보다 통풍이 되는 천 주머니나 종이컵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화분·정원에서 영양제 역할

커피 찌꺼기에는 질소, 칼륨, 마그네슘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무기질과 단백질이 남아 있다. 잘 말려 흙과 섞으면 훌륭한 퇴비로 변신한다. 화분 위에 얇게 뿌려주면 수분 유지와 영양 공급에 도움이 되고, 벌레가 생기는 것도 줄일 수 있다. 다만 과다 사용은 뿌리 호흡을 방해하고 곰팡이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흙과 섞였을 때 표면에 살짝 보일 정도의 얇은 양을 권장한다.
정원이나 화분 기르기에서도 활용도가 크다. 배수성이 좋은 흙과 혼합하면 수분 조절 능력이 개선되고, 일부 해충 기피 효과도 나타난다. 실제로 가드닝 커뮤니티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퇴비화해 쓰레기를 줄이고, 동시에 식물 생육에 도움을 준 경험담이 꾸준히 공유된다. 작은 화분 하나라도 찌꺼기를 잘 활용하면 별도의 영양제를 살 필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피부와 가구 관리에도 유용

커피 찌꺼기는 미용에도 쓸 수 있다. 바디워시나 꿀, 요거트와 섞어 마사지하면 천연 스크럽제로 작용해 각질 제거에 도움을 준다. 특히 팔·다리처럼 피부가 두꺼운 부위에 적합하다. 카페인 성분은 지방 분해를 촉진해 셀룰라이트 완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단, 얼굴처럼 예민한 부위에는 자극이 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구 관리에도 효과가 있다. 찌꺼기에 남아 있는 기름 성분이 원목이나 가죽 가구에 광택을 준다. 천으로 감싸 바닥이나 책상 표면을 문지르면 광택이 살아난다. 다만 패브릭 소파나 의자처럼 흡수성이 강한 소재에는 얼룩이 남을 수 있어 사용을 삼가야 한다. 또한, 커피 우린 물을 활용해 흠집 난 가구를 닦으면 자연스러운 색 보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기름때·벌레·배수구까지 해결

주방에서도 커피 찌꺼기는 제 몫을 한다. 커피 찌꺼기를 기름기가 많은 팬이나 접시에 뿌려 문지르면 기름때가 쉽게 제거된다. 특히 삼겹살이나 생선을 구운 팬처럼 냄새와 기름이 함께 남았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크다. 커피가루가 기름을 흡수하는 덕분에 세제를 과다하게 쓰지 않아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 욕실 타일이나 싱크대에 묵은 물때가 낄 때도 부직포에 싸서 문지르면 깔끔해진다.
해충 퇴치에도 활용된다.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 뿌리면 초파리 같은 작은 벌레가 줄어들고, 세제와 함께 뜨거운 물에 넣어 배수구에 부으면 기름때가 녹아 배수가 원활해진다. 일부에서는 반려동물 목욕 시 커피 찌꺼기를 문질러 벼룩 퇴치에 쓰기도 한다. 다만, 동물의 피부 민감도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반드시 소량으로 먼저 테스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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